조선 시대 가장 큰 전쟁이라고 하면 당연히 양난(兩亂)일 것입니다. 1592년 임진년과 정유년에 일본이 난리를 일으킨 왜란(임진왜란, 정유재란)과 1636년 오랑캐가 난리를 일으킨 호란(정묘, 병자호란)이 바로 그것입니다. 임진왜란이 끝난 1598년부터 병자호란이 발생하기 직전인 1636년, 조선에는 38년의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왜 조선은 다시 전쟁을 맞이해야만 했으며,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두어달 만에 항복을 선언하였을까. 그 일련의 과정을 책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국사에서 비극이 반복되는 이유라는 자극적 제목도 적혀있고 하니 한번 읽어보자 해서 읽은 책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예상을 했을겁니다. 광해군은 중립외교를 통한 조선의 실용을 추구하였고 인조는 서인들과 같은 붕당세력과 권력만 차지하고 사대주의나 하면서 나라 방비를 소홀히 하였다는 그러한 내용들입니다. 이괄의 난이라던지 인조의 친명정책이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광해군이 궁궐 건축에 국방에 쓰일 철을 10배를 사용하였다는 점이나, 대동법 시행 등을 반대했다는 내용, 인조 때 성을 증축하고 병사를 조련시켜 전쟁에 대비했다는 내용은 쏙 빠진 채 맹목적으로 광해군은 성군, 인조는 암군으로만 이야기 하고 있어서 책에 대한 아쉬움이 남습니다.
책의 목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1장. 비극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2장. 그들이 모이면 천하가 감당하지 못한다
3장. 북쪽에서 부는 검은 바람
4장. 반역과 명분 사이
5장. 가장 아플 때 스스로의 몸에 상처를 내다
6장. 첫 번째 조짐, 정묘호란
7장. 무너진 동아시아의 균형
8장. 무릎을 꿇어도 죄, 꿇지 않아도 죄
9장. 그 후로 38년, 반복되는 비극
10장. 예정되었던 슬픈 결말
작가는 자신의 장기를 살려 '홍한수'라는 가상의 인물을 등장시켜서 양난 시대에 살았던 군인의 모습을 소설 형식으로 풀어쓰는 코너가 있습니다. 각 목차의 말미에 등장하는 데 여기서 당시 군인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기도 합니다.
책의 구성은 소설형식의 단편글, 그리고 각 역사적, 정치적 흐름에 대한 내용, 그리고 종종 지루하지 않도록 지도나 사료 등을 적절히 제시해가고 있습니다.
저자가 말하고자하는 바는 명확합니다. 반복되는 비극을 막자라는 것이고, 양난 시대에 제대로 전쟁에 대비하지 못했던 역사를 되풀이 하지 말자는 얘기입니다. 당시의 조선보다 모든 분야 면에서 월등히 발전한 오늘이지만, 조선이나 대한민국이나 동아시아에서의 지리적 위치는 변함이 없기 때문입니다. 당시는 일본과 명, 청 정도였지만, 지금은 일본과 러시아, 중국과 미국까지 초강대국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한반도입니다.
글쓴이가 역사전공자가 아니라 소설가임을 감안하고 보신다면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만, 심도깊은 내용을 살펴보기에는 아쉬울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제목 : 왜란과 호란 사이 38년
저자 : 정명섭
발행일 : 2019년 11월 27일
출판사 : 청림출판
가격 : 1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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